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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O

May 6 - May 28, 2023

ROY GALLERY Apgu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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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ng Way Around

Open Call 11 | Apr 29 - May 21, 2023  |  ROY GALLERY Cheongdam

Open Call 11

Apr 29 - May 21, 2023  |  ROY GALLERY Cheongdam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원하는 장소를 가기 위해 핸드폰 속 지도 앱을 연다. 출발지에는 나의 현재 위치를 입력하고 도착지에는 가야 하는 주소를 입력한 후 길 찾기 버튼을 터치한다. 입력값을 기반해 지도상에는 출발점과 도착점이라는 두 점이 표시된다. 지도 앱은 이 두 점을 이어주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들을 찾아 제시한다. 지도가 제시한 경로 이동을 기반으로 길을 나서다 보면, 실제의 길과 지도가 안내하는 경로인 색 선을 번갈아 보면서 도착지를 향해 나아간다. 시간을 앞다투는 바쁜 일상에선 지름길과 돌아가는 길, 즉 에움길 중 큰 고민 없이 지름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1분 1초가 촉박한 순간에서 ‘길’은 탐색과 발견, 감상의 대상이 아닌 오직 도착할 목적지를 위해 빨리 지나쳐야 하는 허들에 불과하다. 경주마에게 차안대(遮眼帶)를 씌우듯 시야의 양옆을 가리고 내달린 길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외엔 남는 것이 없다. 가장 빠른 길이라 여겼던 경로가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나거나 다른 길을 찾고 싶은 호기심이 생길 때, 지도가 안내해 주지 못한 우회로를 개척하기도 한다. 무언가 놓친 것은 없는지,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온도를 느끼는 순간을 감지하기 위해선 오감을 열고 충만한 감각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삶의 조각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매끈하고 반듯한 지도의 길이 현실에선 울퉁불퉁하거나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막다른 길로 마주하듯이 길을 둘러싼 많은 변수를 발견하는 일은 수많은 소우주를 경험하는 계기를 준다.

 

이처럼 에움길은 선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과속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회하고 돌아가게 만들어 발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재고하고 깨닫게 만든다.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이런 에움길을 작업의 과정으로 찾아 나선다. 추상을 다루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직관적인 추상의 경지는 단순한 한 획이 아니다. 수많은 에움길을 돌고 돌아 발견하고 축적한 요소들이 농축되어 하나의 터치가 되고 형태를 마무리 짓는 손짓으로 발현되는 것이다.물리적인 길을 꿋꿋하게 돌아가듯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가들은 삶의 추억과 감정, 무의식 그리고 모두가 연결된 조화라는 추상적 요소를 탐구하고 현실로 꺼내어 관객들에게 회화와 조각으로 선보인다. 현실의 삶에서 구체적인 지표나 통계는 수많은 비교와 분석을 거쳐 결과값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쏟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서 나를 구성하는 추억, 감정, 무의식을 되돌아보는 과정은 아주 짧은 시간만을 할애하게 된다. 마음을 다해 자신을 느끼고 찾다 보면 서로가 닿는 조화이자 선(禪)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만남으로 인해 우리는 돌아가는 길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음을, 기어코 걸어야만 했던 필연의 길이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들이 수많은 에움길을 거쳐 만나고 발견한 감각의 표현을 감상하면서 내가 지나쳤던 에움길을 한 발짝 내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hibition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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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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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