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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넘어 당신에게 왔습니다

Yoo Hyeong Ju |  Sep 30 - Oct 30, 2023  | ROY GALLERY Cheongdam

'인간의 얼굴'이라는 초상: 표정 없는 얼굴로 존재한다는 것

이번 전시에서 작가 유형주가 선보이는 작업의 주된 모티프는 인간의 얼굴이다. 전시장에서 사람들은 캔버스 화면과 입체에 등장하는 얼굴을 마주한다. 그런데 작가의 작업에서 얼굴이 핵심이라고 할 때, 그것은 표정과 어떻게 다를까? 얼굴은 사람을 식별하며 사람의 마음을 인지하도록 해주는 구성을 외관에 가진다. 눈이나 코와 같은 신체 부위가 역할과 배치 덕분에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이것들이 총동합되어 표정을 이룬다. 많은 경우 표정은 얼굴과 다르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얼굴이 그 표정을 따라 변하면서 ‘겉모습’ 아닌 그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표정은 감정의 표출이며 얼굴의 단조로운 구성을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거꾸로 말하면, 표정은 내면에 관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얼굴만큼 기능을 따른다. 한 사람의 내면에 충실하든, 반대로 외부에서 압박―사회나 역할에 따라 웃거나 슬퍼하라고 요구받는―을 받든, 표정은 감정을 따른다. 이렇게 봤을 때, 그의 작품에 그려진 것은 표정이 아니다. 표정은 희로애락, 그러니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마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작업이 얼굴, 일반적으로 말하는 초상화라고 하기도 어려운데, 그 이유는 신체 부위의 배치는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은 표정 또한 식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에서 얼굴은 표정이 나오기 위한 배치마저 없는, 불가사의함의 땅덩어리다. 작품 제목에 '마음'이나 '화 난다', '웃다'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고 해서, 얼굴이 곧 이들의 마음을 표정 짓는다고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상에 요구되는 정돈된 배치를 거부하는 것은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출과 요구받은 역할마저도 거부한다. 대신 무어라 특정할 수 없는 혼돈의 덩어리로 있기, 그것은 초상(화)의 태연한 외관과 감정 표출에 포획된 내면 사이를 넘나든다기보다 양쪽에서 사회적으로/관습적으로, 혹은 반대로 자연스럽게 따라다니는 연쇄고리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여전히 깊이 머무는 태도다. 사람들이 유형주의 작업을 볼 때 그 표정을 그 얼굴에서 읽어내려고 해도, 설령 제목을 잘 보고 이해하려고 해도 작품 속 인물의 마음을 알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그러니까 관리되거나 우러나오는 표정을 짓지 않는 얼굴에 있다. 그 얼굴은 어떤 인물이라는 구체성을, 다시 말해 인물임을 특징짓는 얼굴을 하지 않았고, 그의 어떤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볼 때, 이들의 마음 곧 내면 심리는 겉으로 완벽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동시에 그림에 대한 보는 사람의 인격 투사나 감정이입마저도 어렵게 하는데, 이 말은 곧 보는 사람이 우리―그림 속의 인물과 실제 사람—을 보고 판단할 때 식별 가능한 정보로서, 얼굴이라는 특징이나 내면을 '본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작품이라는 허구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실제로 보듯이 그의 작품을 논한다는 반대 의견은 성립되기 어렵다—우리는 작품이건 실제 인물이건 드러난 것을 두고 판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얼굴이라 함은 '한 사람의 얼굴과 다르다. 설령 작가가 그때마다 머릿속에 (실재하건 아니건) 어떤/한 사람의 표정을 그렸다고 할지언정, 우리가 전시장에서 마주 보는 것은 '인간의' 얼굴이다. 그 말은 어느 사람의 얼굴이나 아는 누구의 표정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 물감을 가지고 실현한 재현이라는 인위와 통제되지 않은 우연적인 표현─소위 말하는 구상과 추상 사이는 물론, 내면의 변덕이나 속마음과 정돈된 신체 부위의 배치나 관리된 표정―이른바 감정/감정적인 것과 이성/이성적인 것을 따르지 않는 인간을 그린다. 작품은 인간 일반에 요구된 조건─이성적이고 정돈된, 초상으로서의 모습과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휘둘리는 모습―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다시 이들은 인간 일반으로서, 다시 말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도 사회적인 것도 따르지 않은, 깊이를 계속 지닌 존재로서 있게 한다. 콘노 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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