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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ng way around

Apr 29 - May 21, 2023  | ROY GALLERY Cheongdam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원하는 장소를 가기 위해 핸드폰 속 지도 앱을 연다. 출발지에는 나의 현재 위치를 입력하고 도착지에는 가야 하는 주소를 입력한 후 길 찾기 버튼을 터치한다. 입력값을 기반해 지도상에는 출발점과 도착점이라는 두 점이 표시된다. 지도 앱은 이 두 점을 이어주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들을 찾아 제시한다. 지도가 제시한 경로 이동을 기반으로 길을 나서다 보면, 실제의 길과 지도가 안내하는 경로인 색 선을 번갈아 보면서 도착지를 향해 나아간다. 시간을 앞다투는 바쁜 일상에선 지름길과 돌아가는 길, 즉 에움길 중 큰 고민 없이 지름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1분 1초가 촉박한 순간에서 ‘길’은 탐색과 발견, 감상의 대상이 아닌 오직 도착할 목적지를 위해 빨리 지나쳐야 하는 허들에 불과하다. 경주마에게 차안대(遮眼帶)를 씌우듯 시야의 양옆을 가리고 내달린 길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외엔 남는 것이 없다. 가장 빠른 길이라 여겼던 경로가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나거나 다른 길을 찾고 싶은 호기심이 생길 때, 지도가 안내해 주지 못한 우회로를 개척하기도 한다. 무언가 놓친 것은 없는지,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온도를 느끼는 순간을 감지하기 위해선 오감을 열고 충만한 감각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삶의 조각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매끈하고 반듯한 지도의 길이 현실에선 울퉁불퉁하거나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막다른 길로 마주하듯이 길을 둘러싼 많은 변수를 발견하는 일은 수많은 소우주를 경험하는 계기를 준다. 이처럼 에움길은 선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과속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회하고 돌아가게 만들어 발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재고하고 깨닫게 만든다.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이런 에움길을 작업의 과정으로 찾아 나선다. 추상을 다루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직관적인 추상의 경지는 단순한 한 획이 아니다. 수많은 에움길을 돌고 돌아 발견하고 축적한 요소들이 농축되어 하나의 터치가 되고 형태를 마무리 짓는 손짓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물리적인 길을 꿋꿋하게 돌아가듯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가들은 삶의 추억과 감정, 무의식 그리고 모두가 연결된 조화라는 추상적 요소를 탐구하고 현실로 꺼내어 관객들에게 회화와 조각으로 선보인다. 현실의 삶에서 구체적인 지표나 통계는 수많은 비교와 분석을 거쳐 결과값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쏟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서 나를 구성하는 추억, 감정, 무의식을 되돌아보는 과정은 아주 짧은 시간만을 할애하게 된다. 마음을 다해 자신을 느끼고 찾다 보면 서로가 닿는 조화이자 선(禪)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만남으로 인해 우리는 돌아가는 길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음을, 기어코 걸어야만 했던 필연의 길이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들이 수많은 에움길을 거쳐 만나고 발견한 감각의 표현을 감상하면서 내가 지나쳤던 에움길을 한 발짝 내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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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 Artist

Installation view

Works

​김연진

작업의 원동력은 현실에서 닿을 수 없는 은밀하고 탐욕스런 욕망에서부터 시작된다. 조각 속에 담긴 액체들, 집착하여 반복되는 조형의 형태, 자유롭게 흘러내리는 곡선, 기묘한 아우라가 나의 내밀한 욕망을 투영하고 있다. 찔릴 듯 뾰족하고 날카로운 조각의 끝은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금기에 다가서며 긴장감을 조성한다.작업은 1500도 온도의 불 속으로 내열 장갑을 끼고 직접 들어가며 시작된다. 나의 손 안에서 형상이 일그러지고, 액체처럼 녹아내리며, 아름답지만 극도로 뜨거운, 위험하고도 매력적인 여러 가지 강렬한 속성을 가진 유리는, 불안정하고 은밀한 탐욕스러운 감각을 표현하기 적절한 매체이다.

신지아

나의 추상화는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연구하고 추상적인 방법으로 묘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대인 대다수는 감정을 무의식 속에 묻어둔 채 정형화된 방법으로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의 내면에 담긴 말로 표현하지 않거나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 내면의 언어와 감정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기법에 대해 연구하며, 작품을 통해 무의식 속에 내재 되어있는 자아와 소통하려고 한다. 또한, 반복되는 일상에서 형성되고 무의식에 잠재된 수많은 감정의 히스토리를 시각화한 작업물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고 공감하지만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형상화하여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그 마음들을 대변하려고 한다.

김레이시

나는 붓에 묻은 물감을 캔버스 위에 놓을 때, 그 느낌을 항상 사랑한다. 액체로 된 솔벤트와 섞여서 만들어진 물감의 질감과 색들이 서로 엮여 보이는 변화들은 끝없이 은밀한 흥분을 끌어낸다.
나의 페인팅은 여러 층과 색 조합으로 정의되는 선(line)의 언어를 반영한다. 나는 각각의 작품에 임할 때마다 가장 진실한 상태에 도달하려 애쓴다. 그 누구든 자신의 근원적 진실함에 다가가려면 행동함과 실재함의 직접성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본성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어딘가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선(禪)은 우리가 이 본성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버려두었지만 결국 다시 마주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한번 깨달으면 언제든 이 분명한 접근은 심지어 내가 만들어 낸 그 모든 것에서도 너무나 쉽게 옮겨져 받아들이게 된다.페인팅의 과정은 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이들과 이어짐을 만들어 낸다. 나의 작업은 일불승불교 혹은 커다란 수레라는 비유와 함께하며, 그것은 다른 이들과 같이할 때의 공감과 조화 안에서 모두 전부를 찾아갈 수 있음을 담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이 전부에 들어가기 위한 가장 힘 있는 행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모나

나는 내 그림이 지난 기억을 그러모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는 그런 그림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언제나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늘 하루가 좋았으면 내일 하루는 시간이 느리게 갈 수도 있고, 올해가 힘들었다면 내년에는 기쁜 일들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이렇게, 즐거움과 슬픔이 교차되는 오늘들은 다시 어제들이 되어간다. 나는 그 지나간 시간을 마음에 옮기고, 그 추억 가득한 시간들을 캔버스에 옮겨 놓는다. 이런 여과 과정을 거쳐서, 지난날들을 담은 색깔들을 캔버스에 햇빛처럼 그늘처럼 보슬비처럼 함박눈처럼 풀어 놓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삶의 이야기들을 그림, 글, 음악으로 옮겨놓는 사람들이니까, 나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자신을 다독이고 그림을 그린다.

​로이갤러리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 내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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